<타오르는 마음 Coeur Brule et autres rom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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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겉창 틈으로 보이는 바깥 날씨는 화창했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계절은 가을이거나 초겨울이었고 빌라는 소나무숲 한가운데에 있었다. 페르방슈는 소나무의 바늘잎 냄새를 맡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다람쥐들이 바드득거리며 솔방울을 갉는 소리를 들었다. 주위가 너무도 고요해서, 아주 작은 소리도 페르방슈의 머릿속에서는 균열을 일으킬 만큼 강한 울림을 일으켰다. 그녀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고, 그러는 동안 그녀의 의식은  현실로부터 떨어져나와 꿈속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것은 맥락도 없고 끝도 없는,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오는, 내키는 대로 나아가며 그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긴 이야기였다. 고통스럽고 끔찍한 이야기인가 하면, 추억이 스며든 감미로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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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켈이 그녀에게 밀했다. "절대로, 절대로, 그자와 연락하지 마. 다시 만나서는 안돼. 그자가 네게 한 짓을 잊지 마. 약값으로 널 팔아넘겼잖아." 라켈은 착한 사람이지만, 그녀가 인생에 대해, 그 시커먼 구멍에 대해 뭘 알고 있단 말인가. 일단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바닥에, 완전히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 아무것도, 아무도 추락을 막을 수 없다. 그녀가 페르방슈에 대해,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생각에 대해, 그녀의 속에 뚫려 있는 그 시커먼 구멍에 대해 뭘 알고 있단 말인가. 타인들은 그녀의 추락의 들러리일 뿐, 추락의 원인은 아니었다.




르 클레지오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