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Hier>




























115

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 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리고 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 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다.






135

비가 곧 올 것 같은 하늘이다. 어쩌면 내가 우는 동안 벌써 비가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 손바닥에서, 공기는 색채를 띠고 나타났다. 검은 구름 곁에서 푸르름이 투명하다.
해가 여전히 저기, 왼쪽에 남아 있지만, 곧 질 것 같다. 가로등들은 도로변에 곧게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어둠 속에서, 상처 입은 새 한 마리가 균형을 잃고 비스듬히 날아오르다가 결국은 내 발치에 떨어졌다.

"나는 너무 크고 무거워. 그래서 사람들은 내 그림자가 그들을 뒤덮게 될까봐 두려워했어. 나 역시 폭탄이 떨어질 때는 무서웠지. 나는 아주 멀리 날아갔다가, 위험이 사라진 뒤 다시 돌아와서 오랫동안 시체들 위를 날아다녔어.
나는 죽음을 사랑했어. 죽음과 같이 놀기를 좋아했어. 어두운 산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개를 접고 조약돌처럼 추락했어. 
그러나 나는 결코 끝까지 가지 못했어.
나는 또 무서움증에 사로잡혔어. 나는 타인의 죽음만을 좋아했던 거야.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주 한참 뒤에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

나는 그 새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주었다. 새의 자유로운 날개는 부러져 있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