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La pleurante des rues de Prague>























그 여자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떠돌이가 빈집으로, 버려진 정원으로 들어서듯 책의 페이지 속으로 들어 왔다.

그 여자가 들어왔다, 문득. 그러나 그녀가 책의 주위를 배회한 지는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녀는 책을 살짝 건드리곤 했다. 하지만 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들을 들춰보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낱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백지상태의 페이지들을 소리나지 않게 스르륵 넘겨보기까지 했다.

그녀의 발자국마다 잉크 맛이 솟아났다.






62

그 사람이 더이상 살아 있지 않은 지금, 시간이 그를 이겨버린 지금, 우리 아버지가 고통의 침상이 아니라 땅속에 묻혀있는 지금, 그의 몸이 해체되어 땅의 어둠과 추위 속에 무너지고 그의 얼굴이 부서져 먼지가 되어버린 지금ㅡ 그 사람의 얼굴의 영상, 그의 숨결과 목소리와 발자국의 메아리는 남아 있다.

모든 것이 비물질적인 그 거인여자의 옷 주름들 속에, 눈에 보이지 않게 울고 다니는 여자의 눈물 속에 남아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지나가면서 이러저러한 얼굴의 영상, 이러저러한 목소리의 메아리를 뿌리는 것은 결코 그것들을 던져버리거나 그것들의 추억을 끝장내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그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하고 그것에 현재의 색깔들을 회복시켜놓기 위해서ㅡ 새로 태어난 심장처럼 그 추억이 고동치게 하기 위해서이니까 말이다.








그 여자는 책에서 밖으로 나갔다. 이제 그녀를 위한 페이지는 없다. 잉크는 지워져 투명해진다. 그러나 그 여자, 프라하의 거리에서, 이 세상의 모든 길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가 여기 있다.

그 여자가 여기 있다.




실비 제르맹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