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책 Le Livre du Voyage>


























11

그대는 나를 읽는 동안, 스스로를 어떤 다른 인물이 아니라 그대 자신으로밖에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21

하늘이 그대에게 마련해 준 연분과 만나기


그대와 그 사람은 서로를 소개할 필요가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대가 늘 찾던 것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대는 그 사람의 특성 하나하나에 경탄한다.
그의 눈길과 미소도 마음에 쏙 들고 그 몸가짐이며 지금 이 순간 그대가 지닌 마음의 평정에 화답하는 그 정신의 평온함도 반갑기 그지없다.
목소리도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대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 접촉으로 미미한 방전이 인다.
그의 살갗은 부드럽고 탄력이 있다.
그대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묻는다.
그 사람은 대답 대신 그대가 누구인지를 말하겠노라고 한다.
그 사람이 그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랍게도 그는 그대가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추고 있던 비밀까지도 알고 있다.
그의 장난기 어린 표정에 그대는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 듯하다.
그는 그대의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그대의 불완전함에 꼭 들어맞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대들 두 사람은 함께 함으로써 완전해진다.






135

이기주의자가 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이기주의 끝에 이르러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은 남을 돌보는 것이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기 혼자 아무리 편하다 한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어떻게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겠는가?





136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그 누구도 실수를 피하지 못한다.
너에게 생길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은 실수 하나 없는 맥 빠진 삶을 사는 것이다.





155

그대가 바라보고 있는 나는 작은 글자들로 덮인 네모난 종잇장이다.
이제 그런 식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
그대의 눈길이 나를 쑥스럽게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그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한 권의 책인 내가 그대로 하여금 경이로운 일을 하게 했다고.
그러나 진정 경이로운 것은 그것을 수행한 그대,
오직 그대뿐이다.


안녕.




베르나르 베르베르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