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의 인생 ひな菊の人生>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비는 차가워 보였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했다. 내 마음도 점차 침울해졌다. 결국 슈퍼마켓의 묵직한 비닐 봉투 두 개와 열 권이나 되는 책과 잡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을 때, 나를 지켜 주는 것은 흐물흐물한 비닐우산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이다.
조금도 우울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이 계절의 비는 강력한 힘으로 내 마음을 짓누른다.






하늘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이 사고를 빌미로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아갈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 즐거웠던 시간을 빼앗아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이긴 거라고 생각해.




요시모토 바나나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