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Friendship is born at that moment when one person says to another:
"What! You too?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아니, 너도 그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우정이 샘솟게 된다.



C.S. Lewis





Annie Kevans































River Phoenix, Lost boys, 2009






























Michael Jackson in Blu, Lost boys, 2009






























Marilyn Monroe, All the Presidents' Girls, 2009







<데이지의 인생 ひな菊の人生>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비는 차가워 보였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했다. 내 마음도 점차 침울해졌다. 결국 슈퍼마켓의 묵직한 비닐 봉투 두 개와 열 권이나 되는 책과 잡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을 때, 나를 지켜 주는 것은 흐물흐물한 비닐우산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이다.
조금도 우울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이 계절의 비는 강력한 힘으로 내 마음을 짓누른다.






하늘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이 사고를 빌미로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아갈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 즐거웠던 시간을 빼앗아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이긴 거라고 생각해.




요시모토 바나나





KURT CRYING









































iantilton.net



by Ian Tilton, Seattle, 1990







<자살가게 Le Magasin des Suicides>

























여기, 가문 대대로 자살용품을 판매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가게주인이며 칼과 총의 전문가인 아빠, 미시마 튀바슈
독극물 전문가인 엄마, 뤼크레스
한시라도 붕대를 감지 않으면 머리가 터질 거라고 굳게 믿는 식욕부진증 환자 첫째 아들, 뱅상
두루뭉실하고 게으르며 자신의 몸매를 창피해하는 딸, 마릴린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삶을 장미빛으로 바라보는 막내, 알랑

튀바슈 부인은 그런 알랑이 참 못마땅하다.


"학교에서 자살자에 대한 질문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근데 쟤가 뭐란 줄 아십니까?
아 글쎄, '자 살자!'고 하는 사람이라나 뭐라나, 그랬다는거 아닙니까!"




하지만 알랑은 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서툴거나 부족하면 서툴고 부족한 그대로, 삶은 스스로 담당하는 몫이 있는 법입니다. 삶에 그 이상 지나친 것을 바라선 안 되는 거예요. 다들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삶을 말살하려 드는 겁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 모든 것을 좋은 면에서 받아들이는 편이 나아요."




장 퇼레









Casablanca, 1942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번역의 힘이다, 정말.



그리고



 
험프리 보가트 












One for One












<여행의 책 Le Livre du Voyage>


























11

그대는 나를 읽는 동안, 스스로를 어떤 다른 인물이 아니라 그대 자신으로밖에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21

하늘이 그대에게 마련해 준 연분과 만나기


그대와 그 사람은 서로를 소개할 필요가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대가 늘 찾던 것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대는 그 사람의 특성 하나하나에 경탄한다.
그의 눈길과 미소도 마음에 쏙 들고 그 몸가짐이며 지금 이 순간 그대가 지닌 마음의 평정에 화답하는 그 정신의 평온함도 반갑기 그지없다.
목소리도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대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 접촉으로 미미한 방전이 인다.
그의 살갗은 부드럽고 탄력이 있다.
그대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묻는다.
그 사람은 대답 대신 그대가 누구인지를 말하겠노라고 한다.
그 사람이 그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랍게도 그는 그대가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추고 있던 비밀까지도 알고 있다.
그의 장난기 어린 표정에 그대는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 듯하다.
그는 그대의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그대의 불완전함에 꼭 들어맞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대들 두 사람은 함께 함으로써 완전해진다.






135

이기주의자가 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이기주의 끝에 이르러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은 남을 돌보는 것이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기 혼자 아무리 편하다 한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어떻게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겠는가?





136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그 누구도 실수를 피하지 못한다.
너에게 생길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은 실수 하나 없는 맥 빠진 삶을 사는 것이다.





155

그대가 바라보고 있는 나는 작은 글자들로 덮인 네모난 종잇장이다.
이제 그런 식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
그대의 눈길이 나를 쑥스럽게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그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한 권의 책인 내가 그대로 하여금 경이로운 일을 하게 했다고.
그러나 진정 경이로운 것은 그것을 수행한 그대,
오직 그대뿐이다.


안녕.




베르나르 베르베르


<공항에서 일주일을 A Week at The Airport: A Heathrow Diary>








London Heathrow Terminal 5

&

Alain de Botton



































77
나의 고용주는 제대로 된 책상을 하나 놓아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사실 이곳은 일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운 작업 환경이 글을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83
나의 수첩은 상실, 욕망, 기대의 일화들, 하늘로 날아가는 여행자들의 영혼의 스냅 사진들로 점점 두꺼워졌다. 터미널이라는 살아 있는 혼돈의 실체에 비하면 책이란 얼마나 얌전하고 정적인 것이냐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는 힘들었지만.





191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는 힘과 강인함을 투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독하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피조물들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냄새만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





205
여행자들은 곧 여행을 잊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사무실로 돌아갈 것이고, 거기에서 하나의 대륙을 몇 줄의 문장으로 압축할 것이다. 배우자나 자식과 다시 말다툼을 시작할 것이다. 영국의 풍경을 보며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매미를 잊고,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보낸 마지막 날 함께 품었던 희망을 잊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다시 두브로브니크와 프라하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해변과 중세의 거리가 주는 힘을 다시 순수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내년에는 어딘가에 별장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우리가 읽은 책, 일본의 절, 룩소스의 무덤, 비행기를 타려고 섰던 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등 모두 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하는 일로 돌아간다. 항구를 굽어보는 방 두 개짜리 숙소, 시칠리아의 순교자 성 아가타의 유해를 자랑하는 언덕 꼭대기의 교회, 무료 저녁 뷔페가 제공되는 야자나무들 속의 방갈로.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알랭드 보통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지구촌에 수자원의 소중함을 알리고 물부족 현상을 경고하고자 1992년부터 유엔은 매년 이 날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와 각 나라 정부의 노력으로 전세계 87% 이상의 인구가 안전한 식수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1억 2천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티, 칠레 등지에서 대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생명을 지키는 물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이 일어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난민촌으로 모여듭니다. 위생환경이 열악한 난민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수인성질병의 확산입니다. 재해 속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기 때문입니다.



난민촌에서 발생하는 수인성질병은 주로 오염된 물에서 기인합니다. 설사병과 콜레라, 말라리아 등은 어린이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질병으로 해마다 지구촌에서 설사병으로 사망하는 어린이 수는 185만 명, 말라리아로 죽는 어린이는 80만 명에 이릅니다. 맑은 물만으로도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양과 보건상태가 취약한 난민어린이들에게 맑은 물은 생명입니다.







트뤼포가 사랑한 포스터














































화가이자 도안가, 재즈 음악가인 노구치 히사미쓰는 <400번의 구타>의 일본판 포스터를 디자인 했는데,
여기서 그는 검은색 자라목 스웨터를 코 위까지 끌어올려 얼굴의 절반을 가린 앙투안 두아넬의 모습을 그렸다.
트뤼포는 이 포스터를 너무나 좋아해서, 1962년에 만든 단편 <앙투안과 콜레트>에서 두아넬의 방 장식물로도 사용했다.
그 포스터는 1960년 이후 카로스 영화사의 벽 한쪽을 장식하고 있었다.

<트뤼포:씨네필의 영원한 초상> 中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La pleurante des rues de Prague>























그 여자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떠돌이가 빈집으로, 버려진 정원으로 들어서듯 책의 페이지 속으로 들어 왔다.

그 여자가 들어왔다, 문득. 그러나 그녀가 책의 주위를 배회한 지는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녀는 책을 살짝 건드리곤 했다. 하지만 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들을 들춰보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낱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백지상태의 페이지들을 소리나지 않게 스르륵 넘겨보기까지 했다.

그녀의 발자국마다 잉크 맛이 솟아났다.






62

그 사람이 더이상 살아 있지 않은 지금, 시간이 그를 이겨버린 지금, 우리 아버지가 고통의 침상이 아니라 땅속에 묻혀있는 지금, 그의 몸이 해체되어 땅의 어둠과 추위 속에 무너지고 그의 얼굴이 부서져 먼지가 되어버린 지금ㅡ 그 사람의 얼굴의 영상, 그의 숨결과 목소리와 발자국의 메아리는 남아 있다.

모든 것이 비물질적인 그 거인여자의 옷 주름들 속에, 눈에 보이지 않게 울고 다니는 여자의 눈물 속에 남아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지나가면서 이러저러한 얼굴의 영상, 이러저러한 목소리의 메아리를 뿌리는 것은 결코 그것들을 던져버리거나 그것들의 추억을 끝장내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그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하고 그것에 현재의 색깔들을 회복시켜놓기 위해서ㅡ 새로 태어난 심장처럼 그 추억이 고동치게 하기 위해서이니까 말이다.








그 여자는 책에서 밖으로 나갔다. 이제 그녀를 위한 페이지는 없다. 잉크는 지워져 투명해진다. 그러나 그 여자, 프라하의 거리에서, 이 세상의 모든 길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가 여기 있다.

그 여자가 여기 있다.




실비 제르맹






The Rebound




















































<살았더라면 J'aurais Prefere Vivre>


























"인간은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고, 또 다른 삶을 창조해낼 수 있으며,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것을 도울 수 있으니.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고독도 절망도 환상에 불과하다. 고독에 빠지는 것은 타인을 거부하는 것이며, 절망에 빠지는 것은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죽기로 결심하면서 너는 다른 이들과 그들의 삶을 뒤흔들어놓았다. 네가 네 삶의 의미를 무너뜨린 그 순간 네게서 비롯되어야 할 삶들도 너와 함께해야 할 삶들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후회하고 있느냐, 제레미? 얼마나 후회하고 있느냐?" 




티에리 코엔








Up In The Air






































Ebert : ★★★★
This isn't a comedy. If it were, it would be hard to laugh in these last days of 2009.
Nor is it a tragedy.






<사소한 아이의 수수한 행복>






























후회는 해본 사람만이 알지.

"하늘이 너를 조금 빨리 데려가는 것 같아서 조금은 슬프네"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이건... 내 고백이야.




최강희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Gut gegen Nordwind>



























33

우린 공허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자기가 어떤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지는 점잖게 고백했지요. 당신은 저에게 이론적으로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저는 그 대가로 당신에게 현실적으로 (형편없는) 언어심리 평가서를 작성해줄 수는 있겠지요.

이게 다예요. 우린 이 도시에서 발행되는 별 볼일 없는 잡지 덕에 우리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알지요. 그것 말고 또 뭐가 있죠?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 주위에는 다른 사람이 없어요. 우린 그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아요. 나이도 없고 얼굴도 없어요. 우리에겐 밤낮은 구별도 없어요.

우린 시간 속에 살고 있지 않아요. 우리에게 잇는 것이라고는 두 개의 모니터뿐입니다. 그것도 철저하게 하나씩 각자 따로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우린 공동의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관심 갖기. 브라보!





145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다정한 인사를 보냅니다. 레오.




다니엘 글라타우어








<당신 없는 나는? Que serais-je sans toi?>



























1995. 8. 26


가브리엘, 나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 너에게 그 말을 전하고 싶었어.

캘리포니아에 머무는 동안 내게 의미 있었던 시간이라면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너와 함께 나눈 책 영화 음악 이야기 그리고 세상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보냈던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들뿐이었어.

단지 그 말을 전하고 싶었어.

난 가끔 내가 지어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정말 멋있는 프러포즈를 하잖아. 네가 마음에 든다고, 너와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널 보고 있으면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아주 근사하게 이야기하지. 달콤하고 아프고 강렬한 느낌으로, 가슴 떨리는 느낌, 당혹스러울 만큼 친근한 느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기한 느낌,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지조차도 몰랐던 그런 느낌으로.

너와 내가 공원에 있다가 갑작스레 소나기를 만났던 그날 오후, 도서관 현관으로 몸을 피했을 때가 기억나니? 그때 너에게 입맞춤을 하지 못한 게 지금은 몹시 후회돼. 내가 너에게 입맞춤을 하지 못한 건 네가 방학 동안 유럽에 가 있다는 남자친구 얘기를 꺼내면서 그를 실망시킬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지. 그리고 혹시나 네 눈에 내가 ‘남들과 다름없는 놈’으로 비칠까봐, 남자 친구 있는 여자나 유혹하는 놈으로 비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어.

만약 그날 내가 너에게 입맞춤을 했더라면 난 환희에 찬 가슴을 안고 빗속으로 뛰쳐나갔을 거야. 비가 오든 해가 나든 전혀 상관없었겠지. 미약하나마 너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테니까. 내가 어딜 가든, 그 입맞춤은 아주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아로새겨졌겠지. 혼자라고 느껴질 때 간절한 마음으로 꺼내보는 아름다운 추억처럼.

어쨌거나, 누군가 이런 말을 했지. 사랑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시도해보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고. 어쩌면 우리가 나누지 못한 그 입맞춤이 내게는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아.

난 그저, 너를 볼 때마다 일초에 스물네 개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영화를 보는 듯했어. 네 영화는 처음 스물세 번은 밝게 빛나는 이미지였다가 마지막 스물네 번째에 너무나 슬픈 이미지로 바뀌어 버렸지. 그 마지막 이미지는 네가 평소 품고 있던 찬란한 빛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왠지 모를 슬픔을 담고 있었어. 난 네 잠재의식 속의 슬픔, 아주 잠깐일 뿐인 그 섬광의 틈새로 드러난 슬픔을 보았어. 그 슬픔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나 성격보다 더 절실하게 너란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듯했지. 난 너를 그토록 슬프게 만든 게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어. 몇 번씩이나 나는 네가 그 이야기를 해 주기를 바랐어. 하지만 넌 절대 이야기해주지 않았지.

난 그저, 조심하라는 말을, 가령 우울증 같은 몹쓸 병이 너를 덮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 난 진심으로 네 언에서 스물네 번째 이미지가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길 바라.

가브리엘, 악마가 천사를 이기게 내버려두어선 안 돼.

나도 남들처럼 그저, 네가 아름답다고, 태양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싶었어. 하지만 넌 그런 얘기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쯤 들었을 테니까 의미 없을 거라 생각했어. 결국 이런 편지를 남긴 나 역시 남들과 똑같은지도 모르지.

하지만 마지막으로 난 그저, 널 절대 잊지 않을 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야.


마르탱





가브리엘은 편지를 받은 놀라움과 그 편지가 가져다 준 씁쓸한 기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금껏 그녀에게 이런 식의 관심을 표한 사람은 없었다. 외모가 아닌 그녀의 내면에 대해. 감성이 예민해 가끔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녀였으나, 다들 그녀를 강하고 친해지기 쉬운 친구로 알고 있었다. 몇 년 째 알고 지내는 사람들조차 정작 그녀가 겪고 있는 내면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단 몇 주 만에 그녀의 고통을 꿰뚫어보았다.




기욤 뮈소







The Lovely Bones





































Ebert : ★☆
This whole film is Jackson's fault.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