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와 클라라 Franz et Clara>

























46

이렇게 내 인생의 첫 이십 년을 요약하면서 나는 가다, 오다, 떠나다, 도착하다, 라는 동사들을 여러 번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내 형제는 내가 오기도 전에 떠났다. 내가 온 뒤에 어머니는 갔다. 아버지도 떠났다. 나는 벤치로 오고 벤치에서 간다. 프란츠는 어딘가에서 왔다. 이 짧은 이야기를 시작한 뒤로 벌써 이 단어들을 수없이 사용했다. 어째서 놀라는가, 모든 것은 움직이는데. 내 생각조차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때때로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우리를 구원한다. 그것은 삶 자체이다. 부동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68

자신의 '사랑에 관한 첫 경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그 평범한 말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그들은 여기 있다. 그들의 나이와 관습안에 자리잡고 있다. 수년에 걸친 노동과 축적된 환멸, 단절 후의 화해, 배신과 용서, 또는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는 사랑. 사람들은 떠났다가 다시 만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 동요를 일으키다가 후회하고, 진실을 말했다가 거짓을 말하고, 체념하거나 복수한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또다른 만남이나 열정이나 계약, 또다른 육체와 영혼과 맞닥뜨리고 이번에는 전과는 다를 거라는 약속을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모든 게 이전과 똑같다. 그들 누구도 그 최초의 충격이 내뿜는 눈부신 빛을, 생명력이 넘치는 그 사건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것들ㅡ성, 육체, 정신, 감각ㅡ을 발견한 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바로 첫 경험이기 때문에. 
물론 그때부터 그 모든 것의 끝이 당신의 마음을 산산조각낸다.





71

"마음에 상처를 입는게 어떤 거냐고? 니체가 말했어. '너무 뜨거운 물을 한번에 부어서 금이 간 유리컵 같은 거'라고. 가슴 왼쪽, 그래 심장에 균열이 생긴 느낌이야. 너는 생각하겠지. 잠을 자고 숨을 쉬면, 그런 건 진정되고 해소될 거라고. 그렇게 언제까지나 금이 간 채 있진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진정될 수 없는 거야. 몸에 그 부분만 있는게 아니니까. 늑골도, 허리도, 가슴도 있어. 오른쪽 가슴도 왼쪽만큼 긴장되어 있어. 깨어져서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 한마디로 부서져버린 거야. 상황을 음미할 감각을 잃는 거지."

"상황이라뇨?"

"모든 것 말이야.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인정하고 어떻게 다시 살아가야 할지 자문하게 되지. 혼자 산다는 것, 공백을 지닌 채 산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 그렇게 사는 것은 가혹하고 쓰라려. 쓰라림을 통과한 사람은 메마르지. 모든 걸 거부하고. 걷는 게 고통스럽고, 먹고 싶지 않고, 잠도 겨우 들게 돼."





122

어느 영국 시인처럼 나는 아름다움의 순간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구성의 법칙에 따라 형성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아름다움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매 순간이 유일하기에 날마다 처음인 듯 우주를 대해야 할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이 묘하게 뒤섞여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그 은총의 순간을 기억한다. 산에서 내려와 목련꽃잎들을 춤추게 하는 산들바람, 비상하는 백조들, 햇빛을 받아 에메랄드색으로 물든 수면 위에서 가볍게 푸드덕거리는 오리 떼, 천천히 움직이는 오래된 증기선, 그리고 알 수 없는 사랑의 메시지를 내게 보내며 이 모든 것으로부터 혼자 떨어져 있던, 벤치에 앉아 있던 자그마한 그 사람. 그것이 정확히 아름다움과 만나는 지점이었다.





180

십 년 전 '불가능'했던 것이 오늘은 가능했다. 나는 감히 장담한다. 그들은 사랑을 나눌 거라고.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니.




필립 라브로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