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Combien Fragile Etait Leur Monde>
























32

집 안은 무척 더웠다. 엄마도 나도 떠나기 전에 난방 끄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무력해졌다.  바람 빠진 공처럼, 양탄자 위로 힘없이 굴러 떨어진 봉제인형처럼 힘이 없었다. 나는 가구에 부딪혀가며 침대 옆에서 허물을 벗듯 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눈에 띄는 제일 따뜻한 가운을 끌어다 걸치고 양말을 무릎까지 끌어올린 후 쓰러지듯이 누웠다.  처음에는 찬바람이 이불 속으로 새어들어 올까봐 돌아눕지도 못했지만, 차츰 열기가 온몸을 휘감아오기 시작했다. 거의 실신할 것만 같았다. 죽기 직전, 사람이 아주 아주 늙어버리면 이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평생 죽는 것이 무서운 것이라고 믿다가, 어느 날 슬그머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오히려 하늘이라는 시트 속으로 기어들어가 더 이상 뼈마디가 쑤시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가 항상 그리워했던 것은 멀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이고, 내가 막 지낸 크리스마스처럼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은 아련한 추억인 것이다.




36

나는 아침 열 시경에 팔레 루아얄 공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 시간엔 거의 아무도 없고, 아무도 없는 공원은 환상적이니까.  특히 나무들이 아직 앙상하고, 그날 하루가 맑을지 어떨지 모르는 것처럼 자연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초봄에는 더욱 환상적이다.  자갈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는 언제나 달콤하도록 우울하다. 벤치 위에 내리는 비도 쓸쓸하다.  그러나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 한 조각이 보인다. 사라졌다가 되돌아오고, 다시 달아나서 한참 되돌아오지 않는 푸른 하늘. 하지만 어서 다시 나타나길 애타게 바라는 하늘. 그래서 우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이 계절의 아침 산책을 좋아한다. 초봄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닮은 계절이다.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우롱하고, 우리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기대하지 않을 때 뜻밖의 보상을 베푸는 계절. 그것이 바로 봄이다. 봄은 이처럼...... 예측할 수가 없다.




71

그랬다, 토마가 어떤 여자애라도 떨게 했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들과 점심식사를 한 후 며칠 동안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춤을 추듯 걸어 다녔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자 좀 덜해졌고, 오늘은 다시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걷게 되었다. 사랑은 디저트와도 같다. 한번쯤은 즐길만한 것이다.




실비 플로리앙 푸유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