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테크리스타 Antéchrista>
































70

크리스타와 만나기 전만 해도 책 읽는 것이 나의 행복가운데 하나였다. 책 한 권을 들고 침대에 누워 읽노라면 나 자신이 책이 되는 것 같았다. 좋은 소설을 읽을 때면 난 소설과 하나가 되었고, 시원찮은 소설일지라도 몇 시간이고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찾고 미흡한 부분들을 비웃으며 즐겼던 것이다. 독서는 뭔가를 대체하는 즐거움이 아니다. 밖에서 볼 때 나라는 존재는 해골과 같았다. 그러나 안에서 볼 때의 나는 호사스러울 정도로 책이 가득 찬 책장만 갖춘 아파트가 주는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넘치도록 가진 데 대한 감탄 섞인 질투심 말이다.




167

책읽기를 도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책읽기란 가장 정신집중이 된 상태에서 현실과 대면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그것이 언제나 흐리멍텅한 상태로 현실에 뒤섞여 있는 것보다 덜 두렵다.




96

입맞춤은 나를 매료시켰다. 서로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타인을 독특한 방식으로 알게 하는 접촉이 나는 신비하기만 했다.



아멜리 노통브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