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Anecdotes of Destiny>






























바베트의 만찬

"네, 마님, 파팽 씨요. 그분이 제게 말씀하셨죠.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박수를 받는 것만큼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고요. 또 말씀하셨죠.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부르짓는 것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날 내버려둬달라는
외침뿐이다.'"
필리파는 다가가서 바베트를 품에 안았다. 요리사의 몸은 대리석 같았지만 필리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을 느꼈다.
필리파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속삭였다.
"그래, 이것이 끝이 아니야! 바베트, 난 알아. 이게 끝이 아니야. 바베트는 천국에서 하느님께서 바베트를 지으신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거야! 오!"
필리파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바베트는 천사들을 사로잡을 거야!"







폭풍우

침실에서 그는 에우리피데스와 로페 데 베가와 몰리에르, 그리고 자기 나라 최고의 시인들과 함께 둘어앉았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체온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함께 자리했다. 불멸의 존재인 그들은 그의 형제였으며, 그가 그들을 이해하듯이 그를 이해해주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쇠렌센은 자신을 다 드러낼 수 있었고, 자유롭고 기뻤으며,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눈물까지도 쏟아낼 수 있었다.







불멸의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라고요? 누구한테 얘기할까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누가 믿겠어요?"
그는 모았던 힘을 추슬러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오 기니의 오백 배를 준다고 해도 난 이야기 안 해요."




이자크 디네센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