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 de Cannes 2012 Official Poster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袋小路の男>































바보구나, 라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오다기리는 매번 나를 보고, 바보구나, 라고 말한다. 몇 번을 들어도 히나코는 그 말이 좋았다. 언제나 완벽한 척 허세를 부리는 자신이 그 말 앞에서는 홍차에 각설탕 녹듯이 흐물흐물 무너지는 달콤한 기분이 든다. 어떤 의미에선,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하고 히나코는 생각한다. 좋아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좋아한다는 것은, 싫어하는 것도 포함하여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도 좋아해라든지 잠깐만이라든지 하는 대답을 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바보구나, 하면, 에이, 뭐가, 하며 바보처럼 웃고 있어도 된다. 보류해도 된다.




이토야마 아키코







<벽은 속삭인다 LA MEMOIRE DES MURS>



























이명이 들렸다. 어지러웠다. 나는 손바닥으로 원피스의 엉덩이 부분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한 번. 밤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 나는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변하는 그들의 얼굴을 상상했다. 손목시계를 쳐다보는 눈. 밤 열시. 이 시간에 누구지? 멀리서 들려오는 뮈리엘의 목소리. "당신이 좀 나가볼래요?" 서둘러 계단을 내려오는 프레데릭의 발소리. 문 뒤로 들리는 그의 숨소리. 나는 커튼이 쳐진 창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멋진 집은 기억할 거라는 걸.
벽은 속삭인다, 언제나.




타티아나 드 로즈네







<뱅크시, 월 앤 피스 Wall and Piece>


































































Sometimes I feel so sick at the state of the world I can't even finish my second apple pie





뱅크시







<달콤한 작은 거짓말 スイートリトルライズ>
































196

"난 너에게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아. 알잖아? 너도 내게 거짓말 못하는걸."
그리고……, 하고 말을 이었다. 하루오는 방 안쪽을 향해 서서 루리코를 가만히 응시한다. 이제부터 자신이 하려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말에 루리코는 주춤거렸다. 마치 말이 가슴 속에서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뭐?"
루리코는 하루오를 노려본다. 하루오는 언제나 가차 없다.
"그리고."
루리코는 간신히 입을 연다. 오싹하리만치 쓸쓸한 목소리가 나왔다.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루리코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신의 심장이 얄팍한 종이처럼 간단히 찢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네가 미야코 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내가 사토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절망에 실체가 있다면 지금 이 방에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리라고, 루리코는 생각했다.




에쿠니 가오리







<바베트의 만찬 Anecdotes of Destiny>






























바베트의 만찬

"네, 마님, 파팽 씨요. 그분이 제게 말씀하셨죠.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박수를 받는 것만큼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고요. 또 말씀하셨죠.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부르짓는 것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날 내버려둬달라는
외침뿐이다.'"
필리파는 다가가서 바베트를 품에 안았다. 요리사의 몸은 대리석 같았지만 필리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을 느꼈다.
필리파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속삭였다.
"그래, 이것이 끝이 아니야! 바베트, 난 알아. 이게 끝이 아니야. 바베트는 천국에서 하느님께서 바베트를 지으신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거야! 오!"
필리파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바베트는 천사들을 사로잡을 거야!"







폭풍우

침실에서 그는 에우리피데스와 로페 데 베가와 몰리에르, 그리고 자기 나라 최고의 시인들과 함께 둘어앉았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체온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함께 자리했다. 불멸의 존재인 그들은 그의 형제였으며, 그가 그들을 이해하듯이 그를 이해해주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쇠렌센은 자신을 다 드러낼 수 있었고, 자유롭고 기뻤으며,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눈물까지도 쏟아낼 수 있었다.







불멸의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라고요? 누구한테 얘기할까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누가 믿겠어요?"
그는 모았던 힘을 추슬러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오 기니의 오백 배를 준다고 해도 난 이야기 안 해요."




이자크 디네센







Google 20120504




 Keith Haring 미국의 미술가이자 사회 운동가
키스 해링 탄생 54주년



<브라더 선 시스터 문 ブラザー.サン シスター.ムーン >































172

"하코자키 감독님께 영화란 무엇인가요?"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감독은 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심상풍경. 내털리 우드. 참다운 소녀들.
절도 있는 영화. 조리가 서는.
대사도 없이 영상만으로 이야기한다.
뱀이 떨어지는 오후. 버드나무. 바인더를 퉁기는 소리.
성 프란체스코. 샌프란시스코 어원.
세 사람이 나란히 앉은 좌석. 부드러운 어둠.

"......아까 내가 <젊은이의 양지>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네."
기고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코자키 하지메의 얼굴에 천천히 퍼지는 미소를 보았다.
"그게, 그 영화에 개인적으로 베스트 3로 꼽는 대사가 나와서거든요."
"저런, 어떤 대사죠?"
기고가는 당황해하면서도 말을 받았다.
그것이 그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냐는 의문이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하코자키 하지메는 일어나 짐을 들었다.
그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끝부분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살인죄로 고발된 몽고메리 클리프트한테 하는 말이에요. 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그 장면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만은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죄송합니다. 그 영화 보기는 했는데 잊어버렸어요. 뭐라고 했죠?"
기고가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말해요."
하코자키 감독은 기고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서 만난 거군요."




온다 리쿠







5/1




May Day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