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アルゼンチンババア>
























눈물을 머금은 후에는 반드시 빙그레 미소 띤 얼굴이 된다. 슬픔과 그리움보다 즐거웠던 일들이 무수히 되살아나고, 아무리 복잡한 길거리에서도 그날의 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공기가 싸하게 가슴으로 흘러 들어온다. 마치 기적처럼. 그리고 가슴 언저리가 노르스름하고 따스한 빛으로 채워지고, 행복이 찡하게 온몸으로 번진다. 그립고 애틋한 마음과,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는 신비로운 감동이 내 온몸을 비추고, 그 빛은 내 안에 쌓여있던 쓰잘 데 없는 것들을 말끔하게 씻어내 준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는, 보고 또 봐도 어떤 얼굴인지 기억할 수 없는 법이지."
"유리씨 말하는 거야?"
"그래."
"야 참..... 멋진 일이네."
나는 놀리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아빠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매일 보는데도 도통 종잡을 수가 없고, 어떤 얼굴인지 잘 모르겠다. 얼굴 주위에 뭐랄까......"
아빠는 얼굴께에서 두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른아른한, 예쁜 천 같은 것이 살랑살랑거리고 그 너머는 활실하게 보이지가 않아."
"음......"
"그게 뭘까? 여자의 수수께끼다."
아빠는 담담하게 그렇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도 그랬어?"
"글쎄, 처음에는 그랬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짜증스럽도록 또렷하게 보이는 거야. 그게 부부란 거겠지."
"그런데 유리씨는 그렇지 않다는 거야?"
"지금은 얼굴이 안 보이는 단계야. 아직은 좋은 때지."
하늘은 안개가 어린 듯, 엷고 부드러운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탱고를 추고, 고기를 꼬치에 끼워 굽고, 아주 매운 소시지를 만들고... 유리씨는 어느 모로 보나 외국인이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그녀 안에서, 그리운 어떤 것을 보았으리라. 그립고, 또 영원한 것을.



***


"나, 이모부 마음을 알 것 같아."
사촌이 말했다.
"저렇게 사는 거, 남자들의 마지막 꿈일지도 모르지."
어둠 속 풀숲에서, 그 목소리는 불분명한 듯 별이 반짝이는 하늘 높이에서 울리는 듯 어렴풋이 들렸다.
마치 꿈 속에서 듣는 목소리처럼.




요시모토 바나나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