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Jackson MTV Black Ribbon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살아 있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일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소리를 낸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를 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 있으니 기억해달라고 소리 지른다. 지금 잊히면 영원히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명은이 울고 있다. 전주역 의자에 앉아서 저 차가운 계집애가 울고 있다. 무릎 위에 혜숙의 가계부 노트를 펼쳐 놓고 주먹으로 노트를 치며 울고 있는 명은의 모습이 현아의 우는 모습과 닮았다. ...... 그건 숨은 그림 찾기였다. 답은 항상 곁에 있었다.




전윤호  부지영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Sundays at Tiffany's>









소설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의 인생이 늘 힘들고 고달프다고 해서, 모든 소설이 그렇게 끝을 맺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리 말하지만, 이 소설은 행복한 기적처럼 끝이 난다.



***



나는 객석에서 마이클의 손을 꽉 잡은 채, 스크린 속 마이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삼 내 인생이 전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사랑을 하고 행복해지는 일이, 상상할 수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다행히도 관객들은 이 영화를 아주 좋아했다.




제임스 패터슨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Eine Kurze Geschichte Vom Glück>



























20

원래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새 지나가버리지 않던가. 앞으로 더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는 끝 모를 기대에 가려 행복한 순간들은 덧없이 우리를 스쳐간다. 그 행복이 일상이 되고, 좋았던 순간은 한때의 메아리로 남아 기억 한편에 자리 잡는다.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모호하다. 그 순간을 꽉 움켜쥐지 않았으므로. 아니, 의식조차 못하고 지나가버렸으므로.







197

여행은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아가 명령하는 것, 부담을 지우고 시험하는 것은 집에서나 할 일이다. 거기선 작고 무수한 바늘로 이루어진 일상이 찌르고, 독을 마시고, 공기를 태우고, 국지전에 사용될 무기들이 땅 한 뼘 점령하지도 못하면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여행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나는 오래 떠돌았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내가 원하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바보가 되는 것.

나는 호텔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카페로 나갔다. 나는 도시 전체에 반했다. 모든 게 맘에 들었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유유히 살아가는 모습, 각자의 별을 품고 함께 모여 태양계 루카에서 작은 은하수를 이루는 사람들. 카푸치노 맛은 환상이었다. 샌드위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을 위해 나는 충분히 바보스러웠다.




토미 바이어





EM's Not Afraid









새 앨범 Recovery의 첫번째 싱글































I'm not afraid to take a stand
Everybody come take my hand
We'll walk this road together, through the storm
Whatever weather, cold or warm
Just let you know that, you're not alone
Holla if you feel that you've been down the same road





Cervantes & Don Quixote






방랑기사가 세상을 떠돌며 선행을 베풀고 억압받는 자들을 해방시키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타고 시종 산초와 함께 길을 떠난 우리의 방랑기사

풍차를 향해 돌진하며 "도망치지 마라! 이 비열한 겁쟁이들아!"

양떼를 공격하며 "적군을 무찌르자!"

우리의 방랑기사는 결국 사람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한다

"방랑기사? 저주나 받으라지!"

그래도 우리의 방랑기사는 굳게 결심한다

"죽을 때까지 나는 방랑기사로 살아갈 것이다!"

방랑기사가 본 세상은 용기가 아닌 오만, 덕이 아닌 폭력, 진실 아닌 거짓이 판치는 세상

"난 미친사람이라는 오명을 남긴채 죽고 싶지 않아...."

시종 산초는 죽어가는 방랑기사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준다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 Don Quixote

진정한 방랑기사를 꿈꾼 라만차의 늙은 시골귀족











1571년 유럽연합군과 터키군이 격돌한 레판토 해전에 참전한 에스파냐의 한 시골귀족

"아무리 아파도 갑판 아래로 몸을 피하느니 국왕폐하를 위해 쓰러지겠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기절했다 깨어나보니 잃은 것은 왼손이요. 얻은 것은 별명 하나

레판토의 외팔이

명예로운 별명을 가슴에 품고 귀국하던 중 해적들에게 납치

아프리카의 알제리로 끌려가 기나긴 노예생활을 하다가

4차례의 탈출 시도에도 실패하고 10년이 지나서야 귀국할 수 있었다.

밥벌이를 위해 식량조달원 세금징수원으로 나서지만 결국 사기를 당하고 나이 오십 줄에 철창신세...

길에 떨어진 종이쪼가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읽어대던 시골귀족의 결심

"그래! 남은 오른손으로 글을 쓰는 거야!"

금빛에서 은빛으로 바랜 수염, 비뚤어져 맞물리지도 않는 고작 여섯 개의 이빨,  평생 불행에 익숙했던 사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행은 항상 재주있는 자를 따라 다닌다."

평생 불행했던 그가 생의 말년에 창조한 분신


돈키호테




"오직 우리 둘만이 한 몸이라 할 수 있으니
그는 오직 나만을 위해 태어났고 나는 그를 위해 태어났다.
그는 행동할 줄 알았고, 나는 그것을 적을 줄 알았다."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1547~1616





지식 ⓔ








"저는 사람들이 돈키호테처럼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미쳤다고  생각하는데요."

쿠르레시오가 말하자 서점 노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 돈키호테가 책 때문에 미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야비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한시라도 더 살 수 없어서 미쳐버린게 아닐까요?
전 그나마 돈키호테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비참하게 늙지는 않았다고 보는데요.....
정의가 없는 세상을 체념한 채 사는 사람과 이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미친 걸까요?
그게 비록 풍차를 상대로 싸우는 것일지라도 말이에요."

"하지만 책은 우리를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들잖아요."

"거리를 두게끔 돕는 거죠."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中







소설의 배경, 라만차..












naver/nany43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닿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을 따라."


세르반테스






<아르헨티나 할머니 アルゼンチンババア>
























눈물을 머금은 후에는 반드시 빙그레 미소 띤 얼굴이 된다. 슬픔과 그리움보다 즐거웠던 일들이 무수히 되살아나고, 아무리 복잡한 길거리에서도 그날의 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공기가 싸하게 가슴으로 흘러 들어온다. 마치 기적처럼. 그리고 가슴 언저리가 노르스름하고 따스한 빛으로 채워지고, 행복이 찡하게 온몸으로 번진다. 그립고 애틋한 마음과,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는 신비로운 감동이 내 온몸을 비추고, 그 빛은 내 안에 쌓여있던 쓰잘 데 없는 것들을 말끔하게 씻어내 준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는, 보고 또 봐도 어떤 얼굴인지 기억할 수 없는 법이지."
"유리씨 말하는 거야?"
"그래."
"야 참..... 멋진 일이네."
나는 놀리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아빠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매일 보는데도 도통 종잡을 수가 없고, 어떤 얼굴인지 잘 모르겠다. 얼굴 주위에 뭐랄까......"
아빠는 얼굴께에서 두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른아른한, 예쁜 천 같은 것이 살랑살랑거리고 그 너머는 활실하게 보이지가 않아."
"음......"
"그게 뭘까? 여자의 수수께끼다."
아빠는 담담하게 그렇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도 그랬어?"
"글쎄, 처음에는 그랬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짜증스럽도록 또렷하게 보이는 거야. 그게 부부란 거겠지."
"그런데 유리씨는 그렇지 않다는 거야?"
"지금은 얼굴이 안 보이는 단계야. 아직은 좋은 때지."
하늘은 안개가 어린 듯, 엷고 부드러운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탱고를 추고, 고기를 꼬치에 끼워 굽고, 아주 매운 소시지를 만들고... 유리씨는 어느 모로 보나 외국인이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그녀 안에서, 그리운 어떤 것을 보았으리라. 그립고, 또 영원한 것을.



***


"나, 이모부 마음을 알 것 같아."
사촌이 말했다.
"저렇게 사는 거, 남자들의 마지막 꿈일지도 모르지."
어둠 속 풀숲에서, 그 목소리는 불분명한 듯 별이 반짝이는 하늘 높이에서 울리는 듯 어렴풋이 들렸다.
마치 꿈 속에서 듣는 목소리처럼.




요시모토 바나나









<체실비치에서>




































24

이렇게 경이롭고 마음이 훈훈해질 정도로 특별한 사람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고 자의식이 강해 마치 전기를 띤 입자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몸짓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이 흘러나와 뻔히 들여다보이는 듯한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76

마치 자신이 실제로 방 안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방을 상상하고 있으며 그녀도 자신의 상상 속 존재라는 듯, 모임을 둘러보다가 그녀에게서 정지할 때까지 흔들림이 없었던 그의 시선.






197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 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힘겹게 자갈밭을 헤쳐 나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작음 파도들이 부서지는 소리에 묻히고, 그녀의 모습이 창백한 여명 속에서 빛나는 쭉 뻗은 광활한 자갈밭 길의 흐릿한 한 점으로 사라져갈 때까지.



이언 매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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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 2007 Winner (Book Cover, 3rd)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 다음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
라고 말하다보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다 지나간다.


Gustave Flaubert






Singin' In The Rain, 1952

 
  




  

"What a glorious feeling!"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