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The Yellow-Lighted Bookshop>


























언젠가 저녁 무렵 노랗게 물든 서점을 그려봐야겠다고,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어둠 속 영롱한 빛 같은 풍경을.


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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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를 다른 사람과 이어준다. 그런 관계는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작가 한 사람이 한 강좌를 열어 강의를 하고 그것을 독자 한 명이 경청하는 식이다. 존 어빙은 이를 한 천재가 다른 천재에게 말을 거는 형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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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워낙 여러 곳에서 매혹을 발산하기 때문에 왠지 우리도 시간을 내어 그곳을 천천히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서가를 맨 꼭대기에서부터 아래까지 샅샅이 훑어 내려간다. 주위에 있는 고객들을 둘러보기도 하고, 열린 문틈으로 갑자기 불어 닥친 차가운 비바람에 흠칫 몸을 떨기도 한다.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런데 거기! 그 수북한 테이블 위에, 혹은 서가 맨 아래 칸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숨어 있는 책 한권을 만난다. 범상하기만 한 이 물건을! 이 특별한 책은 5000부 혹은 5만부 혹은 50만 부씩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똑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 마주친 바로 이 책은 오롯이 우리를 위해서만 세상에 나온 양 귀하기가 말로 다할 수 없다. 자, 첫 장을 열어보라. 눈앞에 온 우주가 펼쳐진다. “옛날 옛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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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어빙은 청년기를 가리켜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지켜주기 시작하는 때라고 했다. 그 비밀스러운 곳에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떻게 해야 그 자아를 품고 세상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을지를 알아내기 시작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잡으라.
그 여자에게 독서를 할 수 있는 안락한 장소와 느긋한 시간을 주어라.
좋은 책을 한 권 더 주고, 그런 다음 책을 더 가져다주어라.
그런 다음엔 조용히 물러서 있으라.


 
 
루이스 버즈비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란 표현을 빌려쓰자면, 이 책은 <서점에서 17년을>이 되겠네.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