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단의 방문 A Visit from the Goon Squ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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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어, 스코티ㅡ해야 돼." 베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하게 말했지만, 그의 숱 없는 은발 사이로 정수리께 맺힌 땀방울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이 알렉스의 눈에 들어왔다. "시간은 깡패야, 그렇잖아? 그 깡패가 널 해코지하는데 가만있을 거야?"
스코티는 고개를 저었다. "깡패가 이겼어."
베니는 길게 숨을 쉬고는 손목시계를 흘긋 내려다보았지만, 어디까지나 초조함을 드러내는 몸짓일 뿐이었다. "네가 나한테 왔잖아, 스코티, 기억나?" 베니가 말했다. "이십 년도 전에ㅡ 그렇게나 오래됐다니 믿어져? 나한테 물고기를 갖다줬잖아."
"그래."
"난 네가 날 죽이려고 온 줄 알았어."
"그랬어야 했는데," 스코티가 말했다. 밭은기침처럼 웃음이 한 번 터졌다. "그러고 싶었어."
"그런데 내 인생 종쳤을 때ㅡ 스테파니한테 쫓겨나고, 소즈 이어에서도 해고당했을 때ㅡ 내가 널 수소문해 찾아냈잖아. 그때 내가 뭐랬지? 기억나? 이스트 강에서 낚시하고 있던 널 찾아냈을 때? 밑도 끝도 없이 그랬잖아? 내가 뭐라고 했었지?"
스코티가 무슨 말인가 웅얼거렸다.
"내가 그랬잖아, '이제 네가 스타가 될 차례야'. 그랬더니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지?" 베니는 스코티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생각보다 우아하게 생긴 손으로 스코티의 떨리는 양 손목을 붙잡고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네가 그랬잖아. '어디 한 번 해봐'라고."





"<깡패단의 방문>은 쉼표로 가득하다. 장 사이사이에 쉼표들이, 우리는 보지 않는 행위가 일어날 때에 쉼표들이 있다. 'A to B'에서 스테파니는 줄스에게 모든 게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줄스는 '그래, 모든 게 끝나가고 있어.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아직 아닌' 상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이야기한다.




제니퍼 이건






페루




독립 기념일





Google 20120714




Gustav Klimt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탄생 150주년





<제발 조용히 좀 해요 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


























뚱보
이웃 사람들
좋은 생각
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
당신, 의사세요?
아버지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0에이커
알래스카에 뭐가 있지?
야간 학교
수집가들
샌프란시스코에선 뭘 하세요?
학생의 아내
내 입장이 돼보시오
제리와 몰리와 샘
왜 그러는 거니, 얘야?
오리들
이건 어때?
자전거, 근육, 담배
무슨 일이요?
징후들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그의 문체는 구어체이며 간결하고, 그가 자신이 믿었던 대로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여 지극히 상식적인 사물을 글로 표현하는 것, 그러한 사물에 거대하고 놀라운 힘을 부여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말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지켰던 만큼, 크의 소설에 장식적이거나 필요하지 않은 말은 전혀 없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도 직접적인 묘사가 아닌, 행동에 대한 간결한 묘사와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옮긴이의 말 中






<대성당 Cathedral>


























깃털들
체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조심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굴레
대성당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아내에게 먼저 걸어볼 작정이다. 만약 전화를 받는다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가 먼저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내가 어디에서 전화를 거는지 물어볼 테고 나는 말해야만 할 것이다. 새해의 결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담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녀와 통화한 뒤, 나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어쩌면 그녀에게 먼저 전화할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그녀의 아들이 전화를 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여보세요, 자기야?” 그녀가 전화를 받으면 그렇게 말하리라. “나야.”





대성당

그는 입 밖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수백 명의 일꾼들이 오십년이나 백 년 동안 일해야 대성당 하나를 짓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그가 말했다. “물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은 거야. 한 집안이 대대로 대성당을 짓는 일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텔레비전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 평생 대성당을 짓고도 결국 그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죽는다더군. 이보게, 그런 식이라면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아니겠는가?”





레이먼드 카버






아르헨티나




독립기념일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What We Talk When We Talk About Love>

























코끼리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고요
비타민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장소
체프의 집
열병
깃털
대성당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
우리말고 또 누가 이 침대에 누웠을까?



레이먼드 카버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
아이를 잃은 부부는 이상한 전화를 걸어 온 제과점 주인을 찾아간다. 그곳은 세상의 끝이며 사랑의 종말이다. 거기에서 사랑은 잊혀지고 파괴되어 있다. 제과점 주이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도 포기하고 있다. 부부는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은 어이없게도 갑자기 없어져 버렸다. 제과점 주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을 위해 빵을 굽는 것뿐이다. 그것은 세상의 끝에서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 a small, a good thing 이다. 얼만큼 도움이 되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대신할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슬픈 이야기다. 정말로 슬프고 심오한 이야기다. 그러나 마지막에 문뜩 빵의 온기가 손안에 남는다. 이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
J.P가 이야기하는 기묘하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요양소는 바로 어두운 영혼들의 장소이다. 거기서 사랑은 이야기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으로, 혹은 잃어버린 낙원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역시 사랑은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시작하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려고 한다. 여기에는ㅡ그것이 되든 잘 되지 않든ㅡ회복의 기미가 엿보인다. 바로 어두운 구름이 찢기고 빛이 내리쬐는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






The Amazing Spider-Man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