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村上ラヂオ>































안녕을 말하는 것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나도 여차할 때 그런 결정적인 대사를 한 번쯤 뱉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쑥스럽다고 할까, 좀처럼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취하면 말실수할 것 같고 말이다.
챈들러 씨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견을 좀 늘어놓자면 안녕을 말해도 사실 바로 죽지는 않는다. 우리가 정말 잠시 죽는 것은 자신이 안녕을 말했다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감했을 때다. 이별을 말했다는 사실의 무게를 자신의 일로서 실감했을 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지금까지 인생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해왔지만 안녕을 능숙하게 말했던 예는 거의 기억에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더 제대로 말했더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설령 후회스럽다고 해도 그래서 삶의 방식을 고칠 것도 아니고), 자신이 얼마나 족하고 무책임한 인간인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 어떤 일이 생겨 갑자기 덜컥 죽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를 켜켜이 조금씩 쌓으면서 죽음으로 가는 것일 테죠.




무라카미 하루키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