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舟を編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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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메는 책상을 돌아와 기시베 옆에 섰다. 앉은 채 마지메를 올려다본 기시베는 러브레터의 내용이 떠올라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몇 세기나 사전편집부에 서식한 것처럼 초연해 보인다. 말라빠진 수목이나 마른 종이처럼 애증과도 성욕과도 멀어 보인다. 그런 마지메 씨도 사랑에 고민하고 '밤에 쓴 일기'같은 러브레터까지 쓴 적이 있다.
지금은 말의 전문가 같은 얼굴을 하고 사전 편찬에 몰두하고 있는 주제에. 웃음 발작을 얼버무리기 위해 기시베는 어색하게 재채를 하는 척했다. 이 러브레터를 읽어 보니 마지메는 말도 잘 못하고 재주도 없고 열의가 공회전하는 사람이다.
거기까지 생각하 기시베는  어색하게 재채기를 하는 척했다. 이 러브레터를 읽어 보니 마지메는 말도 잘 못하고 재주도 없고 열의가 공회전하는 사람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기시베는 문득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다. 말 붙이기 힘든 마지메도 어쩌면 젊은 시절에는 나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일지도.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사전을 제대로 편찬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그렇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 말로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는 것에, 서로 통하지 않는 것에 초조했다. 그러나 결국은 용기 내어 마음을 표현한 서툰 말을 보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받아 주길 바라며.
마지메 씨는 말에 얽힌 불안과 희망을 실감하기 때문에 더욱 말이 가득 채워진 사전을 열심히 만들려고 한 게 아닐까.
...많은 말을 가능한 한 정확히 모으는 것은 일그러짐이 적은 거울을 손에 넣는 것이다. 일그러짐이 적으면 적을수록 거기에 마음을 비추어 상대에게 내밀 때, 기분이나 생각이 깊고 또렷하게 전해진다.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며 웃고 울고 화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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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때로 무력하다. 아라키나 선생의 부인이 아무리 불러도 선생의 생명을 이 세상에 붙들어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고 마지메는 생각한다. 선생의 모든 것을 잃어 버린 것은 아니다. 말이 있기 때무에 가장 소중한 것이 우리들 마음속에 남았다.
생명 활동이 끝나도, 육체가 재가 되어도. 물리적인 죽음을 넘어서 혼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는것을 선생의 추억이 증명했다.
선생의 모습, 선생의 언동. 그런 것들을 서로 얘기하고 기억을 나누며 전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말이 필요하다.
마지메는 문득 만져 본 적 없는 선생의 손의 감촉을 자신의 손바닥에 느꼈다. 선생과 마지막으로 만난 날, 병실에서 결국 잡아 보지 못했던 서늘하고 건조하고 부드러웠을 선생의 손을.
죽은 이와 이어지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과 이어지기 위해 사람은 말을 만들었다. 




미우라 시온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