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 L'E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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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여전히 붉게 파열하고 있었다. 모래 위에선 바다가 작은 파도로 부서지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난 바위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태양 아래에서 이마가 부풀어 오르는 걸 느꼈다. 태양의 열기가 온통 나를 짓누르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의 거대한 숨결이 얼굴에서 느껴질 때마다, 난 바지 주머니 속의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태양을 이기고자, 그리고 태양이 내게 쏟아붓는 아른한 취기를 물리치고자,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모래나 유리 조각이나 새하얘진 조개껍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칼날이 나를 찔러댈 때마다, 난 이를 악물었다. 난 오랫동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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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신문이 끝났다. 법정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여름날 저녁의 냄새와 색깔을 감지했다. 구르는 감옥의 어둠 속에서 , 극도의 피곤에 빠졌을 때처럼, 내가 좋아했던 도시의 친숙한 소리들과 만족감을 느낄 때도 있었던 시간대의 친숙한 소리들이 하나하나 모조리 내개 다가왔다. 공기가 이미 한풀 꺾인 가운데 신문팔이가 외치는 소리, 자그마한 공원에서 새들이 마지막으로 푸드덕거리는 소리, 샌드위치 장수들의 고함소리, 도시의 언덕 길모퉁이를 지나가는 전차의 탄식 소리, 그리고 항구에 밤이 내리기 전 공중에 떠도는 소리, 이 모든 게 내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에 익히 알고 있던, 눈 감고도 걸어가던 거리를 재구성하고 있었다. 그렇다. 아주 오래 전에 내가 만족해하던 시간대였다. 그 당시 나를 기다리던 것은 늘 가벼운 잠, 꿈도 꾸지 않는 잠이었다. 그런데 뭔가 달라져 있었다. 왜냐하면 다음날을 기다리며 내가 되찾은 곳은 바로 내 독방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여름 하늘에 새겨진 친숙한 길들이 감옥에 닿을 수도 있고, 무고한 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130

신부가 떠나자, 난 평온을 되찾았다. 기진맥진한 나머지, 난 침대에 쓰러졌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얼굴에 별빛이 쏟아져 내려와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 들판에서 나는 소리들이 내게로 올라왔다. 밤 냄새, 흙 냄새 그리고 소금 냄새가 내 관자놀이를 식혀주고 있었다. 이 잠든 여름의 경이로운 평화가 밀물처럼 내 안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 밤이 시작되려는 바로 그때, 고동소리들이 울려퍼졌다. 고동소리는 이제 나와는 영원히 무관해져버린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무척이나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엄마 생각이 났다. 말년에 엄마가 왜 “약혼자”를 얻게 되었는지, 엄마가 왜 다시 시작하려는 모험을 했는지, 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그곳, 그곳에서도 역시, 생명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 주위에서도, 저녁은 우수가 잠시 머물다 가는 때인 것 같았다. 죽음에 임박해서,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며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을 터였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도 엄마에 대해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몰아내고 희망을 비워주기라도 한 듯이, 별들이 가득하고 징조들로 가득 찬 이 밤과 마주하자, 난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비슷하고, 마침내 그토록 형제같이 느껴지자, 난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게 완성되기 위해서는, 내가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해서는, 내게 남은 소원이 있었다.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알베르 카뮈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