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村上朝日堂はいほー!>
























































ON BEING FAMOUS
-유명하다는 것에 대하여

사람이 한번 유명해지면 전혀 파악이 불가능한 세계로부터 파악이 불가능한 유의 호의와 악의를 동시에 받게 된다. 어떤 때에는 무의미하게 매도당하고 치켜세워진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한 번도 얽힌 적이 없는, 이름도 모르는 상대로부터. 그런 인생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유명인에 적합하다. 달갑지 않은 사람은……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에 대처하고 있다. 나는 원칙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개인을 완전히 분리해서 매사를 생각하려 한다. 즉 내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나의 가설이다. 가설은 내안에 있지만 나 자신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그다지 상처를 받지 않고, 머리가 이상해질 일도 없다. 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파악이 가능한 조그만 원 안에서 생활하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파악이 불가능한 커다란 원 안에서 살아간다. 내가 책상 앞에 앉을 때 그들은 하나가 되고, 책상 앞을 떠날 때 그 둘은 각자가 속한 세계로 돌아간다. 각자의 소박한 자아를 지니고서.
그런데 이렇게 리얼하고 쿨하게 생각해도, 역시 명성은 나를 때로 아주 불가사의하고 서글픈 장소로 데려간다. 그곳은 폐쇄된 유원지 같은 장소다.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텅 비어 있고 너덜너덜한 포스터가 바람에 퍼덕거린다. 페인트칠이 벗겨져나갔고, 펜스는 녹슬었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생각한다.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 거지? 그런데도 나는 거기에 있다. 입구도 출구도 어딘지 모를, 닫혀있는 쇠락한 유원지에.
.......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나는 그 폐쇄된 유원지에 있다. 그곳의 풍경은 아주 불가사의하다. 어쩌다 이런 곳에 오고 말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튼 오고 말았다. 좋든 싫든 상관없이. 나는 주위를 돌아본다. 주위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다만 바람이 휭휭 소리 내며 불고, 기묘한 모양의 그림자가 땅 위에 길게 늘여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아우라를 지녔던 그 아이들도 아마 나름 힘들었을 거라고.







사랑에 빠지지 않아서

외모는 딱 내 취향인데 인격은 그렇지 못한 여자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참 서글퍼진다. 보고만 있어도 서글프니 깊이 엮이면 훨씬 더 서글플 것이다. 그런 여자를 볼 때의 심경은ㅡ상당히 비근한 예로ㅡ옷가게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사이즈가 전혀 맞지 않을 때의 심경과 비슷하다. 머리로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마음은 깨끗하게 포기하지를 못한다.
나는 칠팔 년 전에 그런 여자와 사오 일을 같이 여행한 적이 있다. 물론 단둘이 여행했던 건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인상이 참 좋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얘기를 나누다보니 나와 성격이 조금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격이 맞지 않으니 친해질 리도 없고, 여행이 끝남과 동시에 헤어져 그후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중에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마주해야 했기에 그 사오 일 동안 나는 상대를 비교적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그 때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ㅡ절실하게 깨달을 것까지도 없는 일지만ㅡ내가 내 눈으로 파악한 세계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세계'는 그 성립과정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아무리 그녀의 외모와 인격이 상반된다고 느낀들, 그 상반된 상태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재하고 기능하는 이상, 내게는 가타부타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 게다가 그녀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는 내가 상당히 빼뚤어진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다.
하지만 몇 번이나 거듭 말하건대, 이런 인식 시스템에 따라 행동하면 도저히 사랑을 할 수 없다. 영화 <청춘낙서>에 리처드 드레이퍼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선더버드를 탄 '꿈의 여자 the girl of a dream'를 잊지 못해 밤새 그녀 모습을 찾아 헤매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사랑이란 그렇게 기존의 시스템을 넘어선 행위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