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村上朝日堂>





































로멜 장군과 식당칸

옛날에 무슨 책을 읽다가 로멜 장군이 열차 식당칸에서 비프커틀릿을 먹는 장면과 맞닥뜨린 적이 있다.
장면이라지만 특별히 상세한 정경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를테면 ‘파리행 열차 식당칸 안에서 로멜 장군은 점심으로 비프커틀릿을 먹었다'는 정도의 문장이 실려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딱히 비프커틀릿에 얽힌 얘기도 아니다. 요컨대 로멜 장군이 비프커틀릿을 먹었다는 단순한 언급일 따름이다.
내가 어째서 이 별것 아닌 문장을 잘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색깔의 조화가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우선 로멜 장군의 빳빳한 남색 서지 군복, 흰색 테이블클로스, 막 튀겨낸 옅은 갈색의 비프커틀릿, 버터에 가볍게 볶은 누들,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북프랑스의 푸른 전원 풍경ㅡ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문장을 읽어나가며 언뜻언뜻 떠오른 것이 그런 색깔들의 어울림이었다. 그렇기에 이렇다 할 의미도 없는 그 문장이 언제까지고 머리 한구석에 들러붙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문장의 미덕이라 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꼬리에 꼬리를 물로 퍼져나가는 문장 말입니다.
가령 소설 같은 걸 쓸 때는, 이렇게 열린 문장으로 시작하면 이야기가 점점 확대되어 간다. 반대로 아무리 공을 들인 아름다운 문장이라 하더라도 그게 닫힌 문장이면 얘기는 거기서 그만 멈추고 만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참을 수 없이 비프커틀릿이 먹고 싶어진다. 나는 비프커틀릿의 우수한 맛에 대해 여기저기에다 글을 썼는데 좀처럼 그 훌륭함이 인정되지 않아(특히 간토 지방은 지독하다) 정말 유감스럽다.
아직까지도 “네? 쇠고기로 커틀릿을 만든단 말입니까? 어째 영 맛이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식당칸 메뉴에도 대개 비프커틀릿은 없다. 원통하다.
































더티 해리 문제

지난번에 영화의 자막은 글자 수가 한정되어 있어 만들기 힘들다는 얘기를 썼다. 특히 <스타워즈>의 C3PO처럼 무턱대로 뭐라고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캐릭터가 나오면 완전히 녹아웃이다.
재미있는 표현의 사투리 같은 것도 전달하기 어렵다. 동음이의어나 말장난 유도 그 묘미를 살릴 길이 없다. 자막을 제작하는 일이란 실로 고달프다. “이거야 원, 번역이라기보다 하이쿠나 카피라이팅의 세계에 더 가깝죠”라고 모 관계자는 말한다.
<더티 해리 4>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질에게 총을 들이대는 강도를 향해, 개의치 않고 매그넘 총구를 노려보며 “Go ahead, Make my day"라고 위협하는 장면이 있다. 자막은 “자, 쏴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미상으로만 보면 틀린 게 없지만 너무 군더더기 없이 매끈해 어쩐지 감동이 덜하다. 이 대사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니까, 좀 더 비틀어보는 게 좋을 뻔했다.
그러니 이 ‘Make my day'란 말은 참 번역하기 껄끄럽다. 느낌상으로는 “자, 쏘라고. 나도 한 방 당겨보게” 정도인데, 모처럼의 기회니까 좀 더 멋진 대사를 지어내고 싶다. “어디 쏴봐, 나도 원하는 바야.” 이쯤이면 더티 해리 갤러핸 형사의 성격에 좀 더 가까워진다. 더 멋진 번역문이 완성되거든 가르쳐주세요. 조건은 열일곱 자 이내로 마무리할 것. 제법 어렵죠. 과연 이쯤 되면 하이쿠나 카피라이팅 세계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호놀룰루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이런 멋들어진 대사가 나오면 젊은 청년들이 모두 “야호!” 하고 환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이런 분위기는 영락없이 내 학생 시절의 도에이 야쿠자 영화와 비슷하다. “세상은 널 용서할지라도 내 등에 새겨진 사자는 널 용서 못 하지.” 확실이 이런 결정적인 대사를 번역하는 일이란 쉽이 않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