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다 L'amour est tres surestime>


























사랑은 끝났다

뭐가 뭔지도 전혀 모르겠고,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도 않는다.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긴 한데, 이는 꽤 성가신 일이다. 머릿속으로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목욕 가운 차림으로 거실을 활보하고 돌아다니는 그를 볼 때면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 사람의 자리

말이란 건 참 쉬워. 그 사람을 잊었다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어. 그냥 보이는 것에 만족하기도 참 쉽지. 아빠, 그 사람은 말이야. 살아 숨 쉬는 심장처럼 그렇게 계속 움직이고 있어.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은 늘 움직이며 거기에 있어. 그런 그 사람의 존재를 내 뜻에 따라 쉽게 조절할 수 있을 때도 있고, 그런 그 사람의 존재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불현듯 나타날 수도 있어. 잠잠하다 싶으면 어느 새인가 대놓고 들이댈 때도 있지. 이제 그 사람은 나와 늘 함께 지내고 있어.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힘을 얻었다. 당신이 나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그 어떤 행동이든 과감히 실천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시선이 가진 위력을 과소평가하고, 그 시선이 어떻게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한다. 대개는 그 시선이 없어지고 나야 이를 깨닫는다. 그러고 나서야 어떤 힘이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러고 나서야 이제 불안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된다.





브리지트 지로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