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공책 The Red Not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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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는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어떤 희귀한 책을 간절히 읽고 싶어서, 몇 달 동안이나 서점과 도서목록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에 시내를 지나가던 R는 지름길로 가려고 그랜드센트럴역으로 들어가 밴더빌트 가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 바로 그 때, 대리석 난간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자가 앞에 들고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그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바로 그 책이었다.
그는 낯선 사람한테 넉살 좋게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그 우연한 마주침에 압도된 나머지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젊은 여자에게 말했다.
「안 믿으실지 모르지만, 나는 그 책을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녔답니다.」
「정말 굉장한 책이에요.」 젊은 여자가 대답했다. 「나는 방금 이 책을 다 읽었어요.」
「어디 가면 그 책을 살 수 있을까요? 나한테는 대단히 중요한 책이거든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책을 드릴게요.」
「하지만 당신 책인데요.」
「지금까지는 내 책이었지만, 이제 나는 다 읽었어요. 나는 이 책을 당신한테 드리려고 오늘 여기에 온 거예요.」




폴 오스터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