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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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앞길은 벚꽃이 좋았다. 일제시대에 심은 그 벚나무 터널 아래로 봄이면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나는 일부러 그 길을 에돌아 다녔다. 꽃을 오래 보고 있으면 무서웠다. 사나운 개는 작대기로 쫓지만 꽃은 그럴 수가 없다. 꽃은 맹렬하고 적나라하다. 그 벚꽃길, 자꾸 생각난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그저 꽃인 것을.




김영하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