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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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문득 나에 대해 더 알고 싶다. 그러다가도 금방 다시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지기도 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더욱 외로워지고 싶다. 이렇게 계속해서 외로워하다보면 심연의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일까. 보인다 하더라도 나는 나에게 다가가 어깨 위에 손이라도 올려줄 수 있을까. 문득 밤하늘의 진짜 별이 보고 싶어졌다. 




김얀




<템테이션 Temp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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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이 자고 깨어났다. 아홉 시간을 푹 잤더니 기운이 넘쳤다. 베개에서 고개를 뗐다. 작가로서 성공을 거둔 이후 내가 얼마나 긴장감 속에서 피곤하게 살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도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린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도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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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이야기도,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인생 이야기도, 지금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인생 이야기도, 모든 인생 이야기에는 위기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이야기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에는 필수적으로 위기가 포함된다.분노, 갈망,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실망, 자신이 원하는 삶이라고 상상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절망, 이런 위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믿게 된다.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믿게 되고, 모든 게 그저 순간에 불과한 거라 믿게 되고,자신이 하찮은 존재에서 벗어나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싫든 좋든 우리는 누구나 나쁜 늑대의 그림자 아래에 있음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 아래에 있음을,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행하는 위험 아래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위기를 가장 높은 곳에서 조종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구의 손이 우리를 조종하는가? '신' 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황' 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 지금의 위기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그가 그 모든 위기를 조종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남편을 탓하고, 어머니를 탓하고, 직장 상사를 탓한다.그러나 어쩌면, 정말 혹시 어쩌면, 자기 자신이 그 모든 위기를 조종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아직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겠다. 그렇다. 내 이야기에도 악당은 있다. 나를 함정에 빠뜨리고, 깔아뭉개고 그 다음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악당. 그리고 그 악당의 이름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진정한 악당은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나는 다시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았다. 그 안에 비친 내 얼굴 윤곽이 먹빛 어둠에 갇혀 있었다. 너무도 유령 같고 허깨비 같은 얼굴. 
불현듯 어떤 생각이 번쩍 머리를 스쳤다.  
거울 같은 것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날마다 자신을 엄습하는 질문, '이 세상 속에서 나는 누구일까? 나라는 존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오리무중의 질문에 시달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질문을 던져도 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지금의 나처럼.그래도 답 하나는 얻을지 모른다, 역시 지금 내가 스스로를 타이르며 말하는 것 같은 답을. 
그런 불가능한 질문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자.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도 잊자.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도 말자. 과거를 짊어지자. 달리 어쩌겠는가?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다시 일에 집중하자. 




더글라스 케네디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