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Amsterdam>





































"어서 오게." 클라이브가 말했다. "자네 잔도 여기 있는데."
"나도 자네 잔 들고 왔어."
"그럼......"
두 사람은 한 잔씩을 래넉에게 넘겼다.
버넌은 클라이브에게 잔을 넘기고 클라이브는 버넌에게 건넸다.
"건배!"

 

이언 매큐언
 

 
 
"오래전부터 짤막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서너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 말이죠. 소설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독자가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요. '암스테르담'을 쓰면서 가졌던 욕심은 독자와 그런 플롯을 공유하는 거였지요. 플롯 자체가 재미를 내포한, 플롯이 독자를 이끌어가는 소설을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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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두 시간 연착으로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다. 클라이브는 센트럴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고 역에서부터는 부드러운 잿빛 오후 햇살을 받으며 호텔로 걷기 시작했다. 다리를 건너면서 둘러본 암스테르담은 차분하고 문명화된 도시였다. 클라이브는 브라우웨르스 운하를 따라 걷고자 서쪽으로 빙 돌아갔다. 여행 가방도 단출하니 문제없었다. 거리 한가운데를 흐르는 물줄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이렇게 관대하고 열린 사고를 지닌, 어른스러운 장소가 있다니. 아름다운 벽돌과 조각이 아로새겨진 옛 목재 저장고들은 감각 넘치는 아파트로 개조되었고, 반 고흐가 그린 다리들은 수수하기 그지없었다. 시에서 설치한 거리 시설물은 부자연스레 튀지 않았으며, 자전거 뒷자리에 다소곳한 아이들을 태운 네덜란드인들은 지적이면서 개방적으로 보였다. 상점주인들마저도 교수 같은 인상을 풍겼고 거리의 청소부들도 재즈 음악가 같았다. 이보다 더 질서 정연한 도시는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랑 Enduring Love>










때로는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선량함이 시험을 받기 때문에 아니라 그것을 시험할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밖에는 그 누구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반쯤만 공유된 신뢰할 수 없는 지각의 안개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감각의 데이터는 욕망과 믿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굴절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기억 또한 왜곡된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고 기억하며 거기에 맞추어 스스로를 설득한다. 무자비한 객관성, 특히 우리 자신에 관한 무자비한 객관성이라는 사회적 전략은 언제나 실패하는 운명이었다. 우리는 절반의 진실을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스스로도 믿어 버리는 사람들의 후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적당한 사람들만 추려졌고 그런 성공이 이어지면서 결함 또한 바큇자국처럼 유전자에 깊이 새겨졌다. 자기에게 유리하지 않을 경우 앞에 있는 게 무엇인지 합의할 수 없다는 결함말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가 아니라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인 것이다. 이혼과 국경 분쟁과 전쟁이 바로 이런 이류로 생기고, 동정녀 마리아 상이 피눈물을 흘리고 가네시 신상이 우유를 마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형이상학과 과학이 그토록 대담한 사업이고 바퀴의 발명이나 심지어 농업의 발명보다 더 놀라운 발명인 이유도 그것이다. 인강의 본성과 어긋나는 인공물인 것이다. 사심 없는 진리. 하지만 우리 자신을 배제하지는 못했고 습성의 바큇자국은 정녕 깊었다. 객관성에서 어떤 개인적인 구원을 찾을 도리란 없으므로.
 

  
 
이언 매큐언







Enduring Love, 2004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