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영원회귀 



우리가 어디서 보았더라? 또 다른 얼굴로.
조금 더 어려운 곳에서.
견딜 수 없이.

술을 한잔할까.
뼈부터 녹아 갈까.
우리에게 가능한 농담의 종류는 몇 개?
호주머니 속의 불안은?
어제 꿈에는 누가 죽었나?

아 그래서 내 입술이 걔 입술에 닿았는데
입술만을 기억하는 거대한 입술이 되었는데
입술들은 무한하고
서로 닮았지만

자살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직 자살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지.
어느 휴일의 잠에서 깨어 어리둥절하던
나는 그게 이상해서 중얼거려.

조금씩 돌아와 달라고.
농담처럼.
잠처럼.
가능한 한 단순해져서.

하지만 마주 앉은 네 얼굴은 또 먼 데 있구나.
그것이 인체의 골격.
나와 비슷하게
커다란 눈구멍이 뚫려 있는.

술집을 나오자 비가 내렸다.
나는 우산이 없어서
유한한 빗방울들을 세었다.
아흔하나 열둘 일흔일곱 백구십팔......

네가 화를 냈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언젠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이장욱



Memories